
반딧불이 따라 개울까지
36~60개월 · 4분 낭독
여름밤이었어요. 방 안이 후끈후끈, 이불이 자꾸 뜨거워졌어요. 아이는 이불을 발로 툭 걷어찼어요. “더워서 잠이 안 와.”
할머니가 창문을 활짝 열었어요. 살랑— 밤바람이 첫 줄기로 들어왔어요.
그때 마당에 노란 불빛 하나가 두웅실 떠올랐어요. 켰다, 껐다. 켰다, 껐다. 반딧불이였어요.
“따라올래?” 반딧불이가 창틀에 앉아 물었어요. “밤은 저 아래부터 시원해지거든.”
아이는 살금살금 마당으로 내려갔어요. 맨발에 닿은 돌이 서늘했어요. 낮에는 그렇게 뜨겁던 돌인데 말이에요.
풀숲에 들어서자 발목이 촉촉했어요. 풀잎마다 이슬이 맺혀 있었거든요. 보슬보슬, 발가락 사이가 간질간질했어요.
어디선가 반딧불이가 하나둘 더 나왔어요. 둘, 넷, 여덟…. 노란 불빛이 풀숲 위로 둥둥 떠다녔어요.
논둑길에서는 개구리들이 노래를 했어요. 개굴, 개굴, 개구르르. 살랑— 바람이 아이의 등을 살며시 밀어 줬어요.
드디어 개울에 닿았어요. 아이는 발을 조심조심 담갔어요. 차르르— 발가락 사이로 시원한 물이 지나갔어요.
반딧불이들이 물 위로 낮게 날았어요. 물에도 노란 별이 비쳐서, 하늘이 두 개가 되었어요. 위에도 별, 아래에도 별.
“이제 우리는 불을 끌 시간이야.” 반딧불이가 조그맣게 말했어요. “반딧불이가 불을 끄면, 밤도 잠들거든.”
하나가 깜빡, 꺼졌어요. 둘이 깜빡, 꺼졌어요. 노란 불빛이 하나씩 하나씩 조용해졌어요.
마지막 반딧불이가 아이 손등에 사뿐 앉았어요. 손등이 아주 조금, 따뜻했어요. 그리고 그 불빛도 스르르 꺼졌어요.
돌아오는 길, 아이의 몸은 서늘해져 있었어요. 머리카락도, 등도, 발끝도. 대신 눈꺼풀이 무거워졌어요.
이불 속이 이제는 시원했어요. 할머니가 부채를 살살 부쳐 줬어요. 살랑— 살랑—
“개울까지 다녀왔더니 다 식었네.” 할머니가 나직이 웃었어요. 아이는 벌써 반쯤 꿈속이었어요.
살랑… 살랑…. 잘 자요, 반딧불이. 잘 자요, 우리 아기.
더운 밤에는 바람이 지나갈 길을 하나 열어 두면 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