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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할아버지의 편지

산타 할아버지의 편지

36~72개월 · 5분 낭독

크리스마스 이브 밤이었어요. 창밖에는 눈이 소복소복 내리고 있었어요. 세상이 하얗고, 아주 조용했어요.

아이는 이불 속에서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었어요. “오늘은 자면 안 돼. 산타 할아버지 오는 걸 꼭 볼 거야.”

창밖을 보고, 또 봤어요. 눈송이가 소복소복, 소복소복. 세는 눈송이가 백 개를 넘어갔어요.

그러다가… 눈꺼풀이 아주 잠깐 내려앉았어요. 딱 한 번 깜빡였을 뿐인데. 정말 잠깐이었는데.

딸랑— 아주 작은 방울 소리에 아이는 눈을 번쩍 떴어요. 창밖을 보니 눈 위에 발자국이 두 줄 나 있었어요.

거실로 살금살금 나가 봤어요. 트리 아래에 선물이 놓여 있었어요. 그리고 그 위에, 편지 한 장이 있었어요.

편지 맨 위에는 아이의 이름이 또박또박 적혀 있었어요. 삐뚤빼뚤하지 않고, 아주 정성스럽게요. 아이는 편지를 두 손으로 들었어요.

『오늘 밤 너를 보러 왔는데, 네가 막 잠들어 있더구나. 깨우기가 아까워서 편지를 두고 간다.』

『사람들은 내가 착한 아이 명단을 갖고 있다고 하지. 사실 나에게는 명단 같은 건 없단다. 대신 나는 순간들을 본단다.』

『지난봄, 넘어진 친구에게 제일 먼저 달려가 손을 내밀었지. 그 친구는 아직도 그날을 기억하고 있단다.』

『여름에는 마지막 남은 딸기를 네가 먹지 않고 나눠 줬어. 아무도 보지 않는 줄 알았지? 나는 그런 걸 본단다.』

『가을에는 시든 화분에 물을 줬지. 말라 가던 잎이 다시 초록이 되었단다. 너는 아마 잊었을 거야.』

『이런 순간들이 내 썰매를 밀어 준단다. 루돌프의 다리보다, 밤바람보다 힘이 세지.』

『그러니 오늘은 푹 자렴. 내년에도 나는 네 이름을 부르며 올 거야.』

아이는 편지를 처음부터 다시 읽었어요. 가슴 한가운데가 따뜻해졌어요. 난롯불 앞에 앉은 것처럼요.

아이는 편지를 곱게 접어 베개 밑에 넣었어요. 선물보다 이 편지가 더 좋았거든요. 내 이름이 적혀 있으니까요.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 눈을 감았어요. 창밖에는 여전히 눈이 소복소복. 지붕도, 나무도, 온 마을이 하얀 이불을 덮었어요.

저 멀리서 방울 소리가 아주 작게 들렸어요. 딸랑… 딸랑…. 점점 멀어지며, 자장가처럼 흩어졌어요.

소복소복… 소복소복…. 메리 크리스마스. 잘 자요, 우리 아기.

산타가 기억하는 건 선물 목록이 아니라, 네가 다정했던 순간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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