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리가 아기였을 때
36~60개월 · 5분 낭독
밤이 되었어요. 아기 곰 보리는 벽 쪽으로 돌아누웠어요. 이불 끝을 손가락으로 꼬옥 말아 쥐었어요.
옆방에서 아기 동생이 앙— 울었어요. 엄마 발소리가 그쪽으로 갔어요. 또각, 또각, 또각.
보리는 눈을 꼭 감았어요. 자는 척을 했어요. 사실은 하나도 졸리지 않았어요. 마음 어딘가가 뾰족했거든요.
한참 뒤에 방문이 살며시 열렸어요. “보리야, 아직 안 잤네.” 엄마였어요.
“나 안 졸려.” 보리는 등을 돌린 채 말했어요. 목소리가 조금 딱딱했어요.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보리 옆에 누웠어요. 한참 동안 그냥 가만히 있었어요. 이불이 조금씩 따뜻해졌어요.
“보리야, 오늘 서운했구나.” 보리의 눈이 뜨거워졌어요. 서운했다는 말을, 엄마가 먼저 해 줬거든요.
“…엄마는 이제 아기만 좋아하잖아.” 말하고 나니 눈물이 또르르 흘렀어요. 엄마가 보리의 등을 토닥토닥해 줬어요.
“보리야, 네가 아기였을 때 얘기 해 줄까?” 보리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귀는 쫑긋 세웠어요.
“네가 아주 조그맸을 때, 밤마다 울었단다. 엄마는 너를 안고 마루를 걸었어. 왔다 갔다, 왔다 갔다.”
“한 바퀴, 두 바퀴, 백 바퀴. 창밖이 파랗게 밝아 올 때까지 걸었지.” 엄마의 목소리가 아주 느렸어요.
“그때 힘들지 않았어?” 보리가 조그맣게 물었어요. “하나도. 네 숨소리가 세상에서 제일 좋았거든.”
보리는 몸을 돌려 엄마를 봤어요. “…지금도?” 엄마가 보리의 이마에 코를 콕 댔어요.
“그때도, 지금도.” 엄마가 말했어요. “보리는 엄마의 첫 번째 아기야. 그건 영영 안 바뀌어.”
보리는 엄마의 팔에 얼굴을 묻었어요. 이 팔이었구나. 밤새 나를 안고 걸었던 그 팔이.
옆방도 조용해졌어요. 아기 동생도 잠들었나 봐요. 집 안이 폭신폭신, 고요해졌어요.
“엄마.” “응?” “내일은… 동생 손 한 번 잡아 볼까 봐.”
“그럴래?” 엄마가 웃었어요. “동생이 아주 좋아하겠다.”
보리의 눈이 스르르 감겼어요. 엄마의 팔이 여전히 거기 있었어요. 그때도, 지금도.
“잘 자, 우리 보리.” “…엄마도 잘 자.” 밤이 두 곰을 포근하게 덮어 줬어요.
새 아기가 와도, 네 자리는 그대로 거기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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